로마 6

42일간의 유럽여행 - (1) 작성 의도와 개요

- 포스팅 작성의 변 귀국한지 일주일이나 넘어서 후기를 올리게 됐다. 날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고, 감흥은 사라진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 후기를 못 쓴 여행이 몇 차례나 되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글의 목적은 동일한 루트로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연재를 위한 글의 큰 얼개는 없다. 다만 항공권 구입부터 숙소예약, 패스 구입 등 출국 전 준비단계부터 현지 교통패스 구입, 수표 환전, 씨티은행의 접근성 등 현지생활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동시에, 내가 다녀왔던 숙박시설, 여행지, 가이드 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내려볼까 한다. 아마도 이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포스팅 중간중간에..

7월 28일, 이딸리아 로마 - 8일간의 로마생활을 정리하며

드디어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납니다. 21일부터 대략 8일간 머물렀던 로마를 등지고, 내일이면 - 현재 로마는 오후 10시 반쯤 되었습니다 - 베네치아로 간다. 짧게 정리해보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짧지 않은 로마에서의 일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마의 정취를 모두 느낀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여정을 대강 설명하고 로마, 그보다는 이딸리아에 오기 전에 취해야 할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오늘은 '비밀의 열쇠구멍'이란 곳을 갔다. 로마 시내에는 바띠깐 말고도 몰타 기사국이라는 또다른 소국이 있다. 거대한 성곽으로 둘러싸인 바띠깐 시국과는 다르게, 이 곳은 딸랑 건물 하나가 국토의 전부다. 그렇다고 해도 나름의 화폐와 우표를 발행하는 엄연한 국가란다. 몰타 기사국과 인접한 싼 안젤..

7월 24일, 이딸리아 로마 - 싼 삐에뜨로 광장과 꾸뽈라, 빵떼옹, 뜨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아침 일찍부터 바티칸으로 향했다. 엊저녁 바티칸 투어가 너무 늦게 끝나, 싼 삐에뜨로 대성당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끝내고 떼르미니 역에서 64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에는 출근을 하려는 이딸리아인들로 북적댔다. 외지인을 바라보는 어색한 시선들을 즐기며 로마의 아침햇살을 받았다. 광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바티칸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딸리아의 모든 관광지의 상태가 요새 다 이렇다. 조금 유명하다 싶은 곳은 표 사는 데만 한, 두시간 정도를 들여야 한다. 근데 그게 사람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이딸리아인들 자체가 좀 느긋한 탓도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기자가 많으면 다른 카운터를 열어서라도 입장을 시키지만, 얘네들은 그냥 그대로 간다. 이걸..

7월 23일, 이딸리아 로마 - 바티칸 시국과 야경투어

많은 가이드북들은 이딸리아를 관광하기 위해 몇 개의 축을 설정해두고 있다. 쇼핑 축, 유적-유물 축, 박물관-건축물 축인데 사실 뭐 박물관과 유적 · 유물을 나눈다는게 어이가 없긴 하지만 - 미술관이라면 모르겠으나, 박물관의 경우에는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모아놓기 때문이다 -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서는 나름 잘 설정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 세 개의 축 중, '박물관-건축물 축'에 해당하는 바티칸 시국을 다녀왔다. 세계 천주교의 총본산이자, 한때는 교황을 시발점으로 한 권력의 중심지였던 곳. 장구한 천주교의 역사와 함께 이 곳도 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물론 이 시국이 무솔리니와의 협약을 통해 이탈리아로부터 독립되었다는 점,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무솔리니와 그의 협력 · 동반..

7월 22일, 이탈리아 로마 - 콜로세움과 포룸 로마눔(포로 로마노)

로마에서의 본격적인 첫 날이 밝았다. 형식적으로는 이틀째 - 그리스의 파트라스에서 이탈리아의 바리로 넘어온 것이 21일 오전 8시였다 - 지만, 투어를 시작한 것은 오늘부터이니 실질적으로는 첫 날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아침을 먹고 빈둥대다가 9시가 넘어 느긋하게 민박집을 나섰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그리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날씨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좀 쾌적했다. 새로운 나라, 오고 싶었던 나라에 왔다는 행복감 탓이었을게다. 그런데 로마패스를 사기 위해 떼르미니 역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갔다가 지갑을 열고는 망연자실했다. 이전날 에우로스따 이딸리아를 예약하기 위해 지갑에 넣어둔 돈 - 예산 제약을 위해 지갑에는 20유로만 넣어두고 나머지는 비상금을 넣는 가방에 넣어둔다. 에우로스따 ..

7월 19-21일, 그리스 아테네 · 이탈리아 로마

19일, 그리스 신화의 중심이 되는 델포이에 다녀왔습니다. 수많은 신화들이 아폴론 신전의 무녀에게서 나오는 신탁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라졌습니다. 오이디푸스가 그랬고, 헤라클레스가 그랬습니다. 아폴론 신전의 무녀는 정갈하게 몸을 씻은 후에, 아폴론 신전의 바닥 틈새에서 새어나오는 가스를 마시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것을 바깥에 있던 신관이 신탁 의뢰자에게 해석을 해주는 방식으로 신탁이 전해졌지요. 늘 그렇듯, 환각 모티브는 여기에서도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존재합니다. 현재도 수많은 원주민들이 환각성분이 있는 물질을 먹고 신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신을 한다고 할 때 등장하는 '무아지경'이란 말도, '내가 없는 상태'를 이야기하는거니까 환각 상태를 이야기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