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22

석패율제보다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이 무려 ‘정치개혁’을 하겠다며 아깝게 진[惜敗] 사람들에게 의석을 주는 제도(석패율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각자의 정치적 영유권인 영남과 호남에서 자리를 나눠먹는 것만으로 어떻게 ‘지역구도 타파’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으며, 동시에 마땅히 정치적 파트너로 삼아야 할 다른 정당들은 배제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이 어떠한 의미에서 ‘정치개혁’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석패율 제도는 정책 선거보다는 인물 중심의 선거 풍토를 강화할 뿐더러, 이와 맞물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인 금권 선거와 공천권자 중심의 정치 풍토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돈봉투 파문으로 공..

뚜껑은 열렸나

뚜껑이 열렸다. 3분의 2를 얻지 못하는 수. 사람들은 '그러니까 진즉 당원총투표로 해야 하지 않았냐'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그런 말들은 그냥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는 일 뿐. 다른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아 아쉽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름지기 사안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든 도출된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시점에는 그런 믿음조차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미 대세는 통합으로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정치를 '힘을 얻는 것'이라 정의하고 실행할 때에, 여러 모로 통합을 하는 것이 정의한 '정치'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대의원들 역시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

여전하구나

여전히 진보정치판은 신당과 민노당의 통합 논의가 유일한 뉴스인 모양이다. 신당이 본격적으로 통합을 시도한 것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게 올 초니까 벌써 7개월째 같은 이야기 뿐인 셈이다. 사실 '지겹다'라고 쓰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말하는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 이미 '성격 차이'로 분당을 맞이했던 두 조직이 다시 하나가 되는 일이 칼로 물벤 듯 쉽게 될 리가 없다. 더군다나 두 주체가 각자 체급이 다르다는 점에서, 빠른 결말은 필시 힘이 달리는 조직의 '굴복'을 필요로 할테니 장기전으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옳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고고하게 살겠다고 흙탕물같은 정치판에서 발을 빼 버린 나다. 흐르는 물에 귀도 손도 발도 입도 씻었지만, 삶은 나아진게 없다. 따라서 여러모로 생각할 때에, ..

진보(개혁)가 주목받는 이유

아, 물론 진보(개혁)가 잘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보는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그렇고, 아마 내일도 지금같이 시궁창같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딱히 무슨 근거가 있어서 하는 주장은 아니다. 각설하고, 이 글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할 것이냐면. '좌파, 우파'라 규정해야 할 시점에 왜 '진보, 보수'라는 말이 횡행하느냐다. 특히 반이명박 계열에서는 '진보'란 말이 무슨 '이명박 싫어'와 동급처럼 취급되는 것 같다. 덕분에 '진보'라는 말은 그 자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더 나은'이란 선명한 이미지를 실추하게 되었는데, 나는 이것이 매우 정치적이고 권력적인 언어 사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단 왜 '진보'란 말이 '좌파'란 말보다 선호되는가를 생각해보자. 일단 '좌파'란 말이 가진 역사적..

쿨하지 못해 미안해!

나는 어제 '그대, 잘 가라'란 제목의 글을 써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오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특히 이 글을 읽고나니 내가 너무 졸렬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나름의 사과문 겸 반성문을 쓸까 한다. 나는 왜 협상안에 분노하는가. 생각하고 보니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아마도 민노당에 대한 일종의 '습관적 분노'가 아닐까 싶긴 하다. 물론 변명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신당에서 당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벽'을 여기서도 또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벽'에 대해 구차하게 부연하자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당의 지도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촛불집회 때도 쏟아지는 제안들을 소화하지 못했고, 이후의 국면에서도 적극적인 당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

그대, 잘 가라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의 입장이라, 입을 여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 # 합의문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그래도 우리당의 입장을 잘 반영한 합의문 아니냐'는 반응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친다면야 어떤 협상인들 다 성공적인 협상이 아닌게 있으랴. 이 분들은 합의문 중 대표적으로,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부분을 들어 '북 정권 비판 가능'이란 신당의 지상과제가 해결되었다고 외치고 싶은 모양이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앞의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가 아니겠는가. 이 문구를 조금 윤색해 말해본다면,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나..

진보통합시민회의는 '자본주의의 폐해 극복'을 거부했다

지난한 공방 끝에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지도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의 3차 합의문이 나왔다. 민노당이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탓하고,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 3차 합의문을 두고 내홍이 일었다 하기에 무슨 내용인가 하고 읽었더니 채워진 이야기들은 모두 예전에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들.사실 신당에 몸담고 있었던 나로서는, 이 이야기들 모두가 신당 강령에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어보기도 한다. (아아, 사회당 당원여러분 부디 절 때리지 말아주셔요.) 다만 눈에 띄었던 것은, 으레 이 사람들이 모이면 말하기 마련인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어쩌고'란게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 정상근닷컴레디앙에 나온 기사에서 이 이유가 잠깐 드러났는데, 연석회의 참여 부문인 진보통합시민회..

진보신당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문제

김준성이 최근 "진보신당의 진로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란 글을 썼다. (트래픽 올려주기 싫어서 일부러 링크는 안 건다. 구글에 제목만 넣어봐도 나올텐데?)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사람의 글인데, 어쩌다보니 자꾸 찾아서 읽게된다. 좀 매력있는듯? 근데 뭐 이 포스트가 그 글에 대한 반박을 하고자 하는 글도 아니고... 애초에 내가 그럴만한 깜도 안되는지라 그냥 좀 인신공격성 발언 몇 자만 남기고 간단하게 정리할까 한다. (솔직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니까, 실컷 이거 읽느라 시간보내고 나서 씩씩대며 욕할거면 그냥 안 읽고 욕해도 된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 말도 안되는데, 이까짓게 좀 말이 안되면 어때서?) 그의 글에는 나름의 고민이 있다. 그가 지적했듯, 한국에서 진보정당 운동 한다는 사람들 중에 ..

연합노선을 생각한다

심상정, 김석준, 이용길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결의안이 어제 전국위에서 부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결의안이 부결을 심의 노선에 대한 판정승이라기보다는, 행동면에서는 일치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으며 내용면에서는 민주주의 일반원칙을 무시한 결의안과 그 결의안을 제출한 세력의 판정패로 판단한다. 그러나 결의안 토론이 현실적으로 연합노선과 독자노선이 맞부딪히는 지점이었던 만큼, 구체적으로는 독자노선을 주장한 전진과 진보정치포럼의 입지가 약해지고 연합노선을 주장한 사회복지연대와 정종권 부대표 등의 입지가 강화되었다고 보는 것도 설득력이 있겠다. 그렇다면 연합노선이 우리당의 정치방침으로 확정되었을때,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몇 개나 될까. 진보신당만의 가치를 연합체에 반영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아마도 역사는 이번 선거를 민주화 이후 치러진 최악의 선거라 기억할 것입니다. 선거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니, 지금 이 시기가 민주화 이후 최악의 시기라 읽을 수도 있겠지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집권 세력은 정치를 하기보다는 통치를 하고 있고, 그에 저항한다는 구 여권 세력은 이렇다 할 반격하나 못해보고 먼저 가신 분의 바짓가랑이나 붙잡고 눈물로 소매를 적시고 있습니다. 진보신당, 사회당,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은 이전보다 더 격한 심적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나은게 있다면, 그것은 진보신당이 후단협과 비지론의 망령을 떨치려는 모습이 만방에 공개되었다는 점입니다. 말그대로 '투쟁'에 준하는 격한 갈등이 비지론자들과 진보신당 당원들 사이에 표출되었지만, 결국 비지론자들은 원하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