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6

눈으로 기억되는 그녀

눈이 깊은 여인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아름다우면서도 요새 여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윽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까다롭다. 너무나도 까다로워 가끔은 그 성미를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사랑스럽다. 간혹 나에게 보여주는 환한 미소와 그 깊은 눈으로 그윽하게 보내는 눈길은 나를 그녀에게서 더욱 헤어나올 수 없게 한다. 나의 매일은 오로지 그녀만을 위한 시간이 되었다. 집을 나서다가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하다못해 공부를 하다가도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면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떠오른다. 그녀를 다시 만나보기를 늘 희망한다. 그녀가 나에게 주었던 것들을 잊지 못해서다. 그녀는 내 삶에 '색'이란 걸 도입했다. 모노톤의 단조로운 삶을 총천연색으로 치장해주었다. 굳게 ..

42일간의 유럽여행 - (1) 작성 의도와 개요

- 포스팅 작성의 변 귀국한지 일주일이나 넘어서 후기를 올리게 됐다. 날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고, 감흥은 사라진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 후기를 못 쓴 여행이 몇 차례나 되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글의 목적은 동일한 루트로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연재를 위한 글의 큰 얼개는 없다. 다만 항공권 구입부터 숙소예약, 패스 구입 등 출국 전 준비단계부터 현지 교통패스 구입, 수표 환전, 씨티은행의 접근성 등 현지생활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동시에, 내가 다녀왔던 숙박시설, 여행지, 가이드 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내려볼까 한다. 아마도 이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포스팅 중간중간에..

8월 17일, 퐁피두 미술관 - 8월 18일, 오랑제리 미술관

- 8월 17일, 퐁피두 미술관 파리의 2대 미술관을 뽑으라면, 누구든 루브르와 오르세를 꼽는다. 그런데 세번째 미술관을 뽑으라면 선택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파리에 미술관이 많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사람들이 그 외의 미술관엔 무지하기 때문이다. 만일 나더러 하나 꼽아보라면, 나는 퐁피두 미술관을 선택할 생각이다. 미술관의 크기나 컬렉션의 수가 앞서의 두 미술관에 비견될 만한 지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미술사의 흐름으로 봤을때 그렇다. 근대 이전의 고전 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게 루브르라면, 오르세는 인상파 위주의 근대 미술 컬렉션을 자랑한다. 당연히 퐁피두 센터는 그 외관만큼이나 모던한 현대 미술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외관에 대해 썰을 풀어보자. 퐁피두 미술관에 붙은 퐁피두는 전후 프랑..

8월 14일, 프랑스 파리 - 오! 샹젤리제

에펠탑이 가장 예쁘게 보인다는 곳, 사이요 궁에 갔다. 에펠탑 앞에 있는 쎄느강을 건너면 바로 위치한 궁인데,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설치된 궁이라고 한다. 파리에는 만국박람회를 위해 설치된 건물들이 참 많다. 에펠탑만 하더라도 박람회를 위해 구스타프 에펠이란 건축가가 지은 것이고, 에펠탑의 근처에 있는 알렉산드르 3세 다리 역시 만국박람회 당시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하다못해 모네인지 마네인지가 - 맨날 헷갈린다 - 자신의 살롱에다 내건 그림이 평론가들로부터 '인상적이다'란 소리를 듣게 된 것도 만국박람회 때였다고 한다. 사이요 궁에서 조금 걷다보면, 개선문이 보인다. 파리에는 현재 세 개의 개선문이 있는데 하나는 루브르 앞에 있는 카루젤 개선문이고 하나는 샹제리제 거리의 시작점에 서 있는 이것이며,..

8월 12일, 프랑스 파리 - 오르세 미술관과 바또 빠리지앵

아침에 늦게 일어난 탓에 서둘러 베르사유로 향했다. 오스테를리츠 역에 가서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현재 해당 구간이 공사중이라 버스타고 다른 RER 역으로 이동하란다. 버스에 몸은 실었는데, 기차표 예매 변경하랴 뭐하랴 해서 이미 시간은 오후 3시다. 갈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버스가 오르세 미술관 앞에 선다. 어차피 뮤지엄패스도 있으니 그냥 내려 들어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목요일에 정식으로 볼 생각인지라 쭉 한 번 훑고 나왔다. 앞서 본 몇 곳의 미술관보다 작다는 느낌. 고흐나 모네, 르누아르 컬렉션에 있어서는 이제까지 봤던 곳들 중 제일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르세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오니, 민박집에서 만난 동생이 저녁에 야경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혼자 다니면, 야경을 제대..

8월 11일, 프랑스 파리 - 버스투어

숙소 근처에 있는 Gambetta 역에서 69번 버스를 타고 길을 나섰다. 69번 버스는 바스티유 광장, 오뗄 드 빌, 루브르 등의 파리 주요 지점을 도는 시내버스다. 베를린으로 치면, 100번이나 200번 버스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첫번째 행선지는 오뗄 드 빌, 파리 시청사다. 이 곳 주변에는 퐁네프 다리와 노트르담 사원, 퐁피두 센터가 위치해 있다. 시청사 앞에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는데, 무료로 지도를 준다. 한국어 지도도 있다.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한국어를 본 일이 별로 없어서 은근히 반갑더라. 물론 번역은 개판... 두둥, 노트르담 사원이다. 주변에는 '콰지모도'나 '에스메랄다'의 이름을 딴 상점이 많다. 루브르 박물관이다. 피라미드 ㅎㄷㄷ 퐁네프 다리. 근데 은근히 그냥 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