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08, 유럽

8월 1일, 오스트리아 빈 - 얻은 것과 잃은 것

클라시커 2008. 8. 2. 06:36
  7월 30일, 바쁜 하루였다. 오전에는 베네치아에서 밀라노까지 가서 최후의 만찬과 성당을 구경해야했고, 저녁에는 야간열차를 타고 베네치아에서 뮌헨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식사도 거른채 7시에 출발하는 에우로스따에 몸을 실었다.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 45분. 오후 1시 15분 티켓일 거라 생각한 나는, 여유있게 리셉션에 들어가서 표를 달라고 했다. 직원이 몇 번 검색해보더니, 이상하다면서 표를 뒤적거렸다. 아뿔싸, 11시 15분에 예약한 것을 13시 15분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원래 이 곳은 정확히 25명씩 15분간만 관람을 시켜주며, 시간이 지난 사람은 절대 들여보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우 측은한 표정을 지었더니 직원이 난처해하면서 이번 한 번만 봐주겠단다. 그럼 그렇지. 인지상정이라는게 있는건데...

  희미하다고 알려진 최후의 만찬은 의외로 선명했다. 아마도 그것은 보지 못한 자들의 '합리화 기제'였을 거라 추측해본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다 빈치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에서 나와 성당으로 향했다. 밀라노의 성당은 크기로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고 한다. 참고로 1등은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 2등은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1, 2위가 모두 베드로 성당이다.) 3등은 독일 쾰른의 대성당이라고 한다. 이 중 1, 2등짜리 성당들은 이미 보았다. 쾰른만 가면 그랜드 슬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밀라노를 주유하다가 서둘러 베네치아로 향했다. 짐을 맡겨놓은 민박집에 가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후, 짐을 끌고 뮌헨으로 향했다. 7월 31일, 뮌헨에 도착하자마자 중앙역에 있는 코인락커에 짐을 구겨넣고 바로 구경 시작. 세 개의 피나코텍 중 노이어 피나코텍과 모던 피나코텍을 선택해 구경 들어갔다. 또 다른 곳인 알테 피나코텍은 유럽 6대 미술관에 들어갈 정도로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한다는데, 다른 날 같으면 꼭 봤을 이유가 이번에는 꼭 피해야 할 이유가 되어버렸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볼 것은 많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중 좋았던 곳은 모던 피나코텍. 원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현대미술 -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 을 좋아하기 때문에 꼭 선택한 곳이다. 이 곳을 선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는데, 그것은 테이트 모던에도 한 점 밖에 없던 - 기억엔 그런데, 정말 그런지는 자신 없다. 근데 아무튼 많진 않았다 - 워홀의 그림이 이곳에 무려 6점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울 클레, 피카소, 호안 미로, 마그리트... 좋아하는 화가들의 컬렉션이 정말 많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뮌헨역에서 출발. 8월 1일에 드디어 빈 도착. 역시나 여섯 시에 도착해서 호스텔 체크인은 불가하고, 해서 짐만 맡겨두고 또 거리로 나선다. 간밤의 전쟁(?)으로 인해 눈꺼풀이 무겁지만 방법이 없다. 첫번째로 향한 곳은 케른트너 거리. 빈의 종로+명동 쯤 된다고나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케른트너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EMI 전문매장. 잘츠부르크에서 그라모폰 매장을 발견하고 덜덜 떨었었는데, EMI 매장까지 가지고 있는걸 보고는 까무러칠뻔 했다. 역시나 음악의 도시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빈 오케스트라 - 빈 필하모닉이 아니다 - 가 연주하는 모짜르트 공연을 관람했다. 모짜르트가 활동하던 시대의 복장을 하고 나와서 연주를 하는데, 들을만 하더라.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었지만, 그보다도 공연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지휘자가 꽤 매력있었다.

  아, 근데 자그만치 거금 6만원을 날려버린 사건을 일으켰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공연 표를 예약을 했는데, 며칠이 지나야 확답을 해주겠다고 했다. 초조해진 나는 얼른 거리로 나가 현장에서 표를 구매했다. 며칠이 지나야 확답이 나올 것이라면,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예약이 되지 않는 것이고 그럼 결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예약이 잘 되었다는 메일이 온다. 예약이 '잘 되었기 때문에' 취소도 안된다고 한다. 순간 6만원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 정말... 유럽 와서 이렇게 어리숙한 행동으로 날리는 돈이 대체 얼만지. 39유로면 밥이 스무끼고, 독일 기준으로 이틀 잘 수 있는 숙박비다. 정신 좀 차려야 겠다.

  그래서 오늘 얻은 것은 모짜르트의 고장에서 모짜르트의 후배들이 연주하는 모짜르트의 곡을 들었다는 성취감. 오늘 잃은 것은 6만원. 거금 12만원짜리 공연을 본 셈 치면 아깝지 않으려나.